Word·Google Docs 로 논문 쓰다 막힌 분께 — LaTeX 가 다른 이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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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ord·Google Docs 로 논문 쓰다 막힌 분께 — LaTeX 가 다른 이유

이 글은 LaTeX 사용법 글이 아닙니다. 왜 Word 와 Google Docs 가 어느 순간부터 안 풀리기 시작하는지, 그리고 LaTeX 가 무엇을 다르게 하는지를 한 번 정리하는 글입니다. 이미 수식이 가득한 문서를 한 번이라도 써본 분이라면, 아마 직접 부딪쳤을 풍경을 그대로 짚습니다.

1. 수식 10개를 넘어가면 무너지는 자리

논문이나 강의 노트에서 수식이 다섯 개를 넘어가는 순간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. 그게 열 개를 넘으면 균열이 모여 본격적인 작업 시간을 잡아먹습니다. 공통적으로 터지는 자리는 보통 다음 네 군데입니다.

1.1 수식 번호 수동 관리

(1), (2), (3) … 본문에서 식을 가리키려면 번호가 필요합니다. Word·Google Docs 에서는 보통 식 오른쪽에 탭을 넣고 번호를 직접 적습니다.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. 문제는 식을 한 줄 끼울 때 입니다.

(2) 와 (3) 사이에 새 식을 추가하는 순간, 뒤의 모든 번호가 한 칸씩 밀려야 합니다. 그리고 본문에서 그 번호를 참조한 모든 자리 — “위 식 (3) 에서 보듯이…” — 도 같이 손봐야 합니다. 새 번호로 일괄 치환하면 될 것 같지만, 부분 문자열 매칭이 잘못 걸려서 (1) 이 (11) 의 일부로 잡히는 등 위험이 큽니다.

이 작업이 한 번이면 견딜 만한데, 심사 이후 리비전을 거치면서 식이 두세 개씩 추가·삭제되면 점점 본문 번호가 실제 식 번호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.

1.2 줄 간격이 어긋난다

분수나 적분 같은 키 큰 수식을 인라인 (E = mc^2 같이 문장 안에) 으로 끼우면, 그 줄 하나만 행간이 벌어집니다. Word 가 자동으로 줄 간격을 조정하지만, 조정 방식이 매끄럽지 않아 문단 끝까지 줄 간격이 들쭉날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.

이걸 손으로 다시 맞추려면 그 줄만 별도 설정을 줘야 하는데, 다른 식이 추가되면 설정이 다시 어긋납니다.

1.3 본문 참조 추적 누락

“위 식 (3) 에서 보듯이…” — 이런 문장이 본문 전체에 30개쯤 흩어져 있을 때, 식 번호가 한 번 밀리면 그 30개를 모두 찾아 고쳐야 합니다. 워드의 검색·치환으로 일괄 처리하면 위에서 말한 부분 매칭 문제가 따라옵니다.

1.4 학술지·학회 스타일 전환

IEEE 에 투고하려다 ACM 으로 바꿔야 할 때, Word 라면 본문 폰트·여백·두 단 레이아웃·참고문헌 서식이 모두 다른 두 템플릿을 받아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합니다. 본문 내용은 그대로인데 외형만 바꾸는 데 적게는 반나절, 많게는 며칠이 들기도 합니다.


이 네 가지가 한꺼번에 터지면 결국 의문이 듭니다. “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나?”

대답부터 하자면, 잘못한 게 없습니다. 도구가 그 정도 밀도의 수식 작업을 가정하지 않고 만들어졌을 뿐입니다.

2.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도구의 문제

Word 와 Google Docs 의 시조는 사무 문서 편집기 입니다. 보고서·계약서·이력서·서한 — 본문 텍스트가 압도적으로 많고 수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해도 몇 개 수준인 문서를 빠르게 작성하기 위한 도구입니다.

이 영역에서 Word·Docs 는 압도적입니다. 본문을 빠르게 쏟아내고, 댓글로 협업하고, 스타일 한 번 잡아 두면 일관된 외형이 잘 유지됩니다. 학계에서도 인문·사회 분야의 논문은 본문 비중이 절대적이므로 Word 가 충분히 좋은 도구입니다.

문제는 수식이 본문만큼 핵심 콘텐츠가 되는 영역 입니다. 수학·물리·통계·기계학습·전자공학 같은 분야는 수식이 본문보다 양도 많고 의미적으로도 무겁습니다. 이 영역에서는 수식 자체가 자동 번호·자동 참조·자동 정렬의 대상이 되어야 작업이 흘러갑니다. Word 와 Docs 는 그런 자동화를 핵심 기능으로 가정하지 않습니다.

그러니까 수식 30개짜리 논문이 안 풀리는 건 작성자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, 분야 평균이 5개인 도구로 30개짜리 작업을 하고 있다 는 사실 때문입니다.

3. LaTeX 가 다른 이유 — 내용과 형식의 분리

LaTeX 의 핵심 차이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. 내용과 형식이 같은 줄에 섞여 있지 않다.

Word 는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가 결과물입니다 (WYSIWYG). 글자를 굵게 만들고 싶으면 버튼을 누르고, 글자 크기를 키우고 싶으면 드롭다운에서 고릅니다. 직관적이지만 “이게 굵은 글자다” 라는 정보 가 본문 텍스트 안에 묻혀 있습니다. 누군가 실수로 일반 본문을 14pt 굵게로 만들었다면, 자동 목차 생성기가 그걸 절 제목으로 착각합니다.

LaTeX 는 다른 방식을 씁니다. 내용에 의미를 명시적으로 붙입니다.

1
2
\section{실험 결과}
이 절에서는 실험 결과를 설명한다.

\section 이라고 쓴 그 자리는 LaTeX 가 “절 제목 수준의 구조 정보” 로 인식합니다. 어떻게 보여 줄지 — 글자 크기·굵기·간격·번호 — 는 문서 클래스 (.cls 파일) 가 결정합니다. 작성자는 “이게 절이다” 라는 의미만 박아 두면 되고, 외형은 어디서나 동일한 규칙으로 자동 적용됩니다.

이 분리가 어떤 자동화를 만들어 내는지 두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.

3.1 수식 번호 자동 매기기

LaTeX 의 equation 환경에 들어간 식은 자동으로 (1), (2), (3)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집니다. 본문에서 식을 부를 때는 번호를 직접 적는 게 아니라 식에 붙인 이름 으로 참조합니다.

1
2
3
4
5
\begin{equation}
  F = ma \label{eq:newton}
\end{equation}

뉴턴의 제2법칙 \eqref{eq:newton} 에서 보듯이...

식을 끼우거나 빼서 번호가 밀려도, 본문의 \eqref{eq:newton} 자리는 자동으로 새 번호를 따라갑니다. 번호의 값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식의 이름을 신경 쓰는 방식 — 이게 자동화의 출발점입니다. 자세한 사용법은 #6 수식 번호와 참조 에서 정리했습니다.

3.2 학술지 스타일 일괄 전환

IEEE 와 ACM 의 외형이 완전히 달라도, LaTeX 에서는 첫 줄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.

1
2
3
4
5
% IEEE 제출용
\documentclass{IEEEtran}

% ACM 제출용으로 변경
\documentclass{acmart}

본문은 그대로 두고 문서 클래스만 교체하면 폰트·마진·단·헤더·참고문헌 형식이 전부 그 학회 규정에 맞게 바뀝니다. Word 에서 며칠 걸리던 작업이 LaTeX 에서는 한 줄 수정으로 끝납니다.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내용 (.tex) 과 형식 (.cls) 이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.

4. 그렇다고 Word 와 Docs 를 다 버려야 하나

대답은 명확하게 “아니오” 입니다.

Word·Google Docs 는 다음 작업에 여전히 압도적으로 좋습니다.

  • 초안을 빠르게 쏟아내기 — 본문을 한 번에 흘려 쓰는 단계.
  • 공저자·지도교수와 댓글 협업 — Docs 의 댓글·제안 모드는 LaTeX 진영의 어느 도구보다 부드럽습니다.
  • 개요 잡기 — 절·소절을 한눈에 정리하고 순서를 옮기는 단계.
  • 어디서든 열기 — 폰·태블릿·도서관 공용 PC.

LaTeX 가 잘하는 것은 정확히 위 목록에 안 들어가는 것들 — 수식 자동화·번호 관리·학술지 스타일 일치·고품질 PDF 출력 입니다.

그러니까 답은 단순합니다. 두 도구를 동시에 쓰되, 각자 잘하는 단계에 배치한다.

  • 초안 + 본문 작업 + 댓글 협업 → Google Docs / Word
  • 수식 정돈·번호 관리·최종 PDF·학술지 투고 → LaTeX

이 워크플로우의 약점은 두 도구 사이의 건너가는 자리 입니다. Docs 에서 작성한 수식을 LaTeX 로 옮기는 단계가 손이 많이 가면, 두 도구를 같이 쓰는 의미가 줄어듭니다.

5. 건너가는 자리를 줄이는 작은 한 걸음

전체 워크플로우를 한 번에 LaTeX 로 옮기는 건 부담이 큰 결정입니다. 학기 한가운데에 도구를 바꾸기는 쉽지 않고, 공저자가 Word 만 쓰는 경우엔 더 어렵습니다.

그래서 수식 시각화부터 부분적으로 옮겨 가는 경로 가 현실적입니다. LaTeX 의 자동 번호·참조·학술지 스타일까지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, Docs/Word 본문에 박힌 수식만 LaTeX 품질로 시각화 할 수 있다면, 가장 자주 깨지는 자리부터 정리됩니다.

mathsystem.dev/latexflow/web/ 의 변환기가 이 자리를 메우는 도구입니다. .docx 파일을 업로드하면, 본문 안의 $...$ 인라인 수식과 디스플레이 수식을 LaTeX 렌더링 품질의 이미지로 치환해 .docx 로 다시 내려줍니다. 사인인 없이 브라우저에서 즉시 동작합니다.

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— “이 정도 자동화가 본문 전체에도 적용되면 어떨까?” 그 답이 LaTeX 입니다. #12 Overleaf 10분 만에 시작하기 에서 LaTeX 의 입장권을 한 번 떼어 보겠습니다 — 설치도 회원가입도 5분 안에 끝납니다.

정리

이 글에서 정리하려던 것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.

Word 와 Google Docs 로 수식 작업이 풀리지 않는 건 작성자 잘못이 아니라 도구의 가정이 다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.

LaTeX 가 그 가정을 다르게 잡아 둔 것 — 내용과 형식의 분리, 자동 번호·참조, 클래스 한 줄로 스타일 일괄 전환 — 이 정확히 수식 집약적 문서에서 손이 가던 모든 자리를 자동화로 바꿉니다.

옮겨 가는 길은 한 번에 다 갈 필요가 없습니다. 가장 자주 깨지는 자리 — 수식 시각화 — 부터 도구를 바꾸어 보고, 자동 번호·참조까지 이득을 확신하게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LaTeX 워크플로우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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